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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참취(덕산, 2007. 10. 3.)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참취(덕산, 2007. 10. 3.)

자유인ebo 2007. 10. 7. 14:12

 

 

참취(국화과)   [나물취] [암취] [취] [한라참취] [작은참취]

 

산간의 들판이나 보수력이 있는 양지 또는 반그늘진 곳에서 잘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8~10월에 피고 흰색미며 원줄기 및 가지끝에 달린다. 취나물에는 비타민 함량이 많아 식품적 가치를 갖는 채소이다. 전초는 東風菜 뿌리는 東風菜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함.

 

 

 

 

 

 

 

 

 

 국생종 검색=>참취

 

 

취나물 뜯기 
                                 이향아 
  
 산길을 걸었다.
 허리엔 낮으막한 산죽 숲을 거느리고
 발 밑엔 가으내 봄내 떨어진 낙엽을 버스럭거리면서
 쉬며 걸으며, 걸으며 쉬며 산길을 걸었다.

 

 이승의 끝을 가듯 산길을 걸으면서,
 이따금 나는 하늘의 별 같은 땅 위의 풀잎을 찾아내리라 결심하였다.
 그것은 향기로운 취나물 잎사귀,
 너훌거리는 취나물 잎사귀는 나의 과업.
 일순의 섬광 은혜로운 계시여.

 

 이것이 취나물이지요. 분명 이것은 취나물일까요.
 나는 그럴싸한 풀잎을 뜯어서 지나가는 이웃 산행자에게 물었다.
 어떤 이는 네, 옳습니다. 바로 이게 취나물입니다라고 반겼다.
 어떤 이는 이것은 취나물이 아니라 불로초입니다라고 놀랐으며,
 어떤 이는 이것은 먹으면 잠자는 듯이 죽는 독풀입니다라고 겁을 냈다.

 

 내가 구하는 것은 불로초가 아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독풀도 아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한갓 산나물 취일뿐.

 

 나는 때로 희망, 때로 절망을 번갈아 느끼면서
 진리란 무엇인가, 사교(邪敎)란 무엇인가 허우적거렸다.
 시간은 흘렀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서
 모든 산풀 위의 이슬을 걷어내었다.
 해는 떠서 모든 산숲의 한적을 걷고
 해는 떠서 산의 영광을 드러내었다.
 나는 갑자기 산길을 걷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행복하였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저쪽 산말랭이 펀펀한 데에 무더기로 있습디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개울가 언덕에 지천으로 있습디다.
 사람들은 비밀한 장소를 일러주듯 내게 은밀히 속삭였다.
 허위허위 달려간 산말랭이에도 개울가 언덕에도 무더기로 헝클어진 취나물은 없었다.

 

 취나물을 뜯으시네요.
 나도 진작 뜯었으면 좋았을 걸. 인제는 시간이 늦었습니다.
 참 잘하시는 일입니다.
 이 세상 사람 절반이 내 취나물 뜯기에 마음을 쏟아 주는 듯했다.
 행인들은 취의 향기를 사랑하듯 나를 사랑하였다. 세상이 무심하다는 말은 빈말이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온 산에 묻어 있는 취의 향내를 나는 차츰 깨달아가고 있었다.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취 취 취
 하루 종일 구구단을 외우듯 취를 외우며 산길을 넘었다.
 내 그릇에는 겨우 몇줌의 취나물이 고독하게 아주 고독하게 시들고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인생은 엎드려 취나물 뜯기
 나는 마치 취나물을 뜯기 위하여 산길을 걷는 것처럼 세상만사를 착각하고 있었다.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취 취 취
 인생은 엎드려 취나물 뜯기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