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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56). 도봉산(원도봉-포대능선-우이동), 2007.4.18. 본문

[♡ 나의 발자취 ♡]/▶山行

56). 도봉산(원도봉-포대능선-우이동), 2007.4.18.

자유인ebo 2007. 4. 20. 22:19

 

          도봉산, 2007. 4. 18.

등산코스 : 원도봉 통제소-지장암-포대능선-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동

등산인원 : 나홀로 / 날씨 : 흐림

 

<개념도>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오늘은 둘 다 산행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아차산에나 갈까 하다가 도봉산 포대능선과 우이암으로 해서 우이동으로 한 번 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는 '혼자서 무슨 재미로 산엘 가느냐'고 혼자 산에 간다는 사람들에게 반문 한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산 맛을 좀 느낀 것인지 느긋하게 부담없이 혼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지금쯤 산에는 봄을 알리는 자연의 기지게가 여기저기서 막 터져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그 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기대는 잔뜩 하고 발길을 옮기지만 과연 그 기대치가 얼마나 될지...

 

오늘 산행은 원도봉 통제소에서 원효사로 해서 포대능선을 타기로 생각하고 원도봉 통제소를 지나

원효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운암입구 백여 미터를 남겨놓고 길 가 바위틈에 흰색 제비꽃이 피어있었다.

지나칠 수 없기에 열심히 촬영에 몰입하고 있는데 차소리가 나서 잠시 일어나서 차가 지나가

기를 서서 기다리는데 차 안에서 스님이 차창을 열고 지장암에 가면 연꽃도 예쁘게 피었고 사

람의 손으로 전혀 다듬지 않은 너무나 신기한 자연 석불이 있으니 사진좀 찍어서 인터넷에 올

려 달라고 한다.

 

스님은 점심 대접을 하겠다고 하면서 아래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촬영중이던 하얀색 제비꽃 작업을 마치고 스님의 말에 궁금증도 생기고 어차피 원효사든 지장

암이든 포대능선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지장암으로 발길을 돌리기로 생각했다.

 

연등을 따라 쭉 가면 석불이 있다고 했는데 암자 주변을 여기저기 봐도 석불은 보이지가 않았다.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미련은 남았지만 다음에 꼭 한 번 다시 찾아와서 그 스님이 말한 불상을

봐야지 하면서 지장암을 떠났다.

 

능선길로 접어드니 오른쪽 숲속에 독수리가 앉아있는 듯한 기둥처럼 생긴 기암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 더 올라가니 좌우 조망이 시원스런 능선이 나타났다.

원효사 쪽 능선에도 울퉁 불퉁 튀어나온 암봉들이 나 여기있오 하며 반가이 얼굴은 내민다.

 

포대릉선길 10~20여 미터정도 남겨놓은 곳 등산로에서 두 번째로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흠이 조금씩은 있는 노랑제비꽃 그래도 반가움에 사진을 여러장 찍고 조금 올라가니 지천에

깔린 것이 노랑제비꽃이었다.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에 다달아 주변을 조망하고 다시 출발하여 포대봉 전망봉에 도착했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에 이렇게 멋진 작품이 또 있을까 할 정도로 눈앞에 나타난 작

품은 인간들의 코를 납짝하게 만드는 창조주의 걸작이었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를 뒤로하고 주봉쪽으로 향했다.

뜀바위를 조금 못 미쳤을 때 좌측 사면에서 또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이름은 '처녀치마'였다.

들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처음 만난 처녀치마이기에 얼굴도 찍고 치마도 찍고나서 주봉

으로 향했다. 

 

주봉에 도착하니 우람한 돌기둥 사이로 나타나는 칼바위, 자운봉등 주변경관들이 새롭게 보였

고 자운봉 위에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칼바위를 우회하여 칼바위 아래에 도착하니 3년 전에 냉골로 해서 칼바위로 내려온 리찌산행

때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무리를 해서 오른쪽 무릎이 아직도 좋지가 않다.

 

칼바위 아래에서 우의동까지는 초행길이다.

우이암을 조금 못가서 오봉과 자운봉 모두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도봉산을

가장 넓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어설프나마 파노라마 촬영을 하고 우이암으로 향했다.

 

우이암은 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우이암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앞에 작은

암봉을 같이보니 어머니와 아기처럼 보여 '모자암'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우이암을 내려와 원통사에 도착하니 주변에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개별꽃 등 들꽃들이 나를 반

기고 있어 한참동안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곱게곱게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은 혼자서 산행을 하다보니 거북이 산행이 되었다.

아침 9 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원통사까지 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원통사에서도 우이동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원통사를 출발하여 하산길에 고깔제비꽃, 산벚나무, 철쭉 등 여러 친구들을 만나 인사하며 오늘 산

행을 모두 마감했다.

  

 원도봉 통제소

 

 자운암과 원통사 갈림길

 

 포대능선 산불감시초소

 

 포대릉선

 

 거시기를 닮은 기암

 

 포대봉 정상에서 본 포대능선

 

 포대봉 전망대

 

암릉길

 

 자운봉과 신선대 그리고 아찔한 릉선길

 

 신선대

 

뜀바위봉

 

 주봉

 

 

  

주봉에서 본 주변경관 

 

 칼바위

 

 660봉

 

 칼바위

 

 

 

날망과 등성이
                          이 성부


날카로운 봉우리는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사랑하기 위해
저 혼자 솟아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
저 혼자 웃음을 머금는다
부드러운 산등성이가
어찌 곧추선 칼날을 두려워하랴
이것들이 함께 있으므로
서로 사랑하므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이 익는다
용솟음과 낮아짐
끝없이 나를 낮추고
속으로 끝없이 나를 높이는
산을 보면서 걷는 길에 삶은 뜨겁구나
칼바위가
부드러움을 위해 태어났듯이
부드러움이
칼날을 감싸 껴안는 것을 본다

 

 

 주봉릉선 전망대

 

 전망대에서 자운봉 방향

 

 우이암

 

 석굴

 

방향을 바꾸어 본 우이암

 

 

 

모자상 
                          하재일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검은 기미낀 얼굴 뒤에 숨은
사연

아이는 젖냄새 비릿하게 풍기며
낮선 사람들 틈속에 아랑곳없이
편안히 잠들어 있다

애미의 얼굴엔 핏기가 없다
까칠하다 못해 피골이 상접하다

아, 저 놈이었구나
애미의 피와 살을
발라먹은 애물이. 

 

 

 원통사

 

 


선인(仙人)
 
                권경업
 
 
허릿길 뒤로하고
뜀바위 지나
십년전 옛 악우의
정이 새롭다
양지쪽 테라스에
영산홍 망울
파란 하늘 종다리는
어디쯤 있나

우이암 건너 넘어
저기 저 편
아지랭이 졸음 오는
봄너울 속의
인수봉 大슬랩에
옛사람 있을까
 
화관을 곱게 쓴
새색시같이
만장봉 멧부리에
해가 걸리면
힘겨웠던 하루에
즐거운 저녁
선인은 언제나
여기 있어 좋네
 
할머니 가게의 화톳불가에
산사람들 진한 이야기
오래도록 남아
막걸리잔 가득가득
부어 잡으며
박쥐얘기 표범얘기
끝이 없는데
산이야기 취한 노루
갈길 잊는다

 

 

                                                       

                                              -  도봉산 우이암에서, 2007. 4. 18. 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