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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사마귀풀(홍릉, 2009.9.6.)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사마귀풀(홍릉, 2009.9.6.)

자유인ebo 2009. 9. 15. 21:48

 

사마귀풀(달개비과) 2009.9.6. 

 

논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비스듬히 벋으면서 마디마다 수염뿌리를 내리며 퍼져 나가고 가지 윗부분은 10~30cm 높이로 비스듬히 서고, 줄기에 어긋나는 좁은 피침형 잎은 밑 부분이 잎집으로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8~9월에 잎겨드랑이에 연한 홍자색 꽃이 1개씩 핀다. 식물체를 짓찧어서 사마귀에 붙이면 사마귀가 떨어진다고 해서 '사마귀풀'이라고 한다. 다른 종기에도 짓찧어서 붙인다고 한다.

 

 

 

그는 영안실을 가지고 있다

                                              강      수

 1
 데드마스크 
 이제 그의 들판에는 바람이 살지 않는다 
 눈물 젖은 노을이 들판 한 귀퉁이에 겨우 매달려 있다 
 들판이 노을 쪽으로 기울어 진다 
 

 

 

 

 2
 들판이 보고 싶다

 쇠뜨기 애기나리 층층둥굴레 무릇 처녀치마 각시원추리 파란여로 사마귀풀 
 바늘사초 개보리뺑이 가시엉겅퀴 솜방망이 개쑥부쟁이 쥐오줌풀 각시괴불나무
 쥐꼬리망초 며느리밥풀 누린내풀 자귀나무 눈개승마 너도개미자리 며느리배꼽
 큰개불알풀 촘촘히 흐뭇하게 웃고 있는
 들판이 보고 싶다
 그 속을 깔깔대며 뛰어 다니는 바람의 갈기가 보고 싶다
 구릉을 넘으며 계곡을 넘으며 동굴 속을 휘저으며
 그에게
 잘 생긴 바람 한 마리 잡아다 주고 싶다

 

 

 

 3
 이제 슬픔은 사람들의 눈물샘 속에 자리를 잡는다 
 슬픔이 혼절을 할 때마다 
 우리는 슬픔을 위로하지만  
 사실은, 슬픔이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이다 
 다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할 뿐 
 슬픔은 우리가 흘린 눈물만큼 
 몸이 아프다 

 

 

 

 

 

 4
 한 채의 영안실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
 그가 평생 지어오던 영안실의 완성을 축하하기 위해
 어떤 이는 꽃을 보내오고
 어떤 이는 그가 놔두고 간 추억을 보내오고
 어떤 이는 장례비 영수증을 보내온다

 그리고 비로소 
 그의 삶은 완성된다    

 

 

 


 5
 데드마스크
 이제 그의 들판에는 바람이 살지 않는다
 들판 가득 피었던 꽃들 다 시들고
 태양은 마지막 햇살을 거두어 간다
 다시 그의 들판이 밝아지는 일은 없을 테지
 그의 들판 한 귀퉁이에 모닥불이 타오르는 일은 없을 테지
 영안실 한 채
 문이 모두 닫혀 있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는다.


○ 「다층」 1999년 여름호 “편집동인시단”에 수록
○ ‘죽음’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결국, ‘죽음’의 순간에 우리 삶의 가치는 가장 잘 드러날 것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가장 잘 드려다 볼 수 있는 것이다.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