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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제주도, 2010.1.5.)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멀구슬나무(제주도, 2010.1.5.)

자유인ebo 2010. 1. 14. 20:25

멀구슬나무(멀구슬나무과) 2009.7.20.    [구주목]  [구주나무] [말구슬나무]

 

 

멀건 구슬 같은 열매가 달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시아가 원산지이고 일본에서 도입되어 남부지방에서 심어 기른다. 나무껍질은 진한 회갈색이고, 잎은 촘촘히 어긋나고 2~3회 깃꼴 겹잎이다.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결각에 가까운 톱니가 있다. 잎 앞면에는 약간의 광택이 있고 뒷면에는 털이 있다가 점점 없어진다.

 

꽃은 가지 끝에서 나오는 원뿔 모양의 꽃차례에 연한 보라색 꽃이 핀다. 꽃잎은 5~6개이고 10개의 수술이 자줏빛의 원통 모양으로 달린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콩알의 두어 배 정도 크기이다. 광택이 있는 초록색에서 연한 노란색으로 익으며 겨우내 나무에 달려있다.

 

 

 

 

 

 

 

 

 

 

 

 

 

 

 

 

 

 

 

 

 

봄 저녁, 적송밭 언덕에 앉아

- 고정희 시인의 묘소에서 


                               김경윤


늦은 봄 다 저물 무렵
무덤가 적송밭 언덕에 앉아
외로움에 둘러싸인 무덤을 바라보다
내 안의 단단한 빗장을 풀고, 나도
외로움 하나 그 곁에 내려놓네
상처 자국마다 분홍 꽃잎을 달아주는 황혼의 따스한 손길이*
웅크린 내 등을 어루만져주네
늑골(肋骨) 사이로 뜨겁게 흘러가는 도랑물 소리
그 물소릴 다독이며 그리운 이름 하나 말없이 불러보면
어디선가 늙은 저녁바람이 어머니처럼 달려 나와
무덤 위의 푸른 잔디를 쓰다듬어주네
노을에 비낀 소나무 그림자도 느릿느릿 적송밭에서 내려와
고적한 무덤을 껴안아주네
그 풍경에라도 취한 듯
저만치 물가에 눈시울 붉히고 섰던 멀구슬나무
하르르 보랏빛 꽃잎들을 눈물처럼 떨구네
이윽고 저 아래 둠벙에서 묵상에 잠겨 있던 해오라기 한 마리
서녘 하늘에 황금빛 여백을 걸어두고 가뭇없이 사라진
봄 저녁, 적송밭에 언덕에 앉아, 나도
내 안에 오래 묵은 울음들
초저녁 별빛으로 환하게 걸어두었네


* 고정희의 시 <외경읽기-성곽에 둘러싸인 외로움 건드리기 혹은 부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