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비오의 쉼터

끈끈이주걱(성남 은행, 2009.7.8.)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끈끈이주걱(성남 은행, 2009.7.8.)

자유인ebo 2009. 7. 22. 22:39

 

끈끈이주걱(끈끈이귀개과) 2009.7.8.

 

양지바른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주걱 모양의 잎은 뿌리에서 모여 나고, 잎 표면에 붉은 털이 많이 나 있는데 털에는 끈끈한 액체가 묻어 있다. 이 끈끈한 털에 작은 벌레가 붙으면 잎이 오므라들면서 벌레를 잡는다. 끈끈이주걱은 양분이 모자라는 산성토양에 자라면서 벌레를 잡아 양분을 보충하는 식충식물이다.

 

꽃은 7월에 잎 사이에서 자란 6~30cm 높이의 꽃줄기 끝에 흰색 꽃이 모여 핀다.

 

 

 

 

끈끈이주걱


                          오탁번


뒷개울 건너 공동묘지 가는 길은
작은 벌레 잡아먹는 

끈끈이주걱 흰 꽃이
고수레 밥풀처럼 하얗게 피었다
낙향한 선비의 콧수염 같은
제비붓꽃이
촉루가 된 주검들의 보랏빛 사연을
하늘 멀리 띄울 때
하루살이 애벌레 잡아먹는 

끈끈이주걱 홍자색 털이
내 어린 종아리에 자꾸 달라붙었다

 

 

 

 

 

하늘이 오리알 빛으로 물들 때면

끈끈이주걱에게 잡아먹힌
이름 모를 벌레들의 영혼이
송장메뚜기 뛰어오르는 풀섶에서
동글동글한 열매로 익어
껍질을 터뜨리고 길섶에 흩어졌다

 

 

 

 

 

서리병아리 울음 따라 가을이 깊고
긴 겨울 지나 봄이 돌아오면
보리누름은 아직도 먼데
쌀뒤주는
바닥이 났다

 

 

 

 

뒷개울 건너
공동묘지 가는 길은

끈끈이주걱이 어지럽게 피었다
나도 한 마리 벌레가 되어
밥주걱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살고 싶었다
흰 쌀밥
여름 내내 냠냠 먹다가
통통하게 살찐 벌레의 영혼이 되어
이승의 하늘 아래
깜장 열매로 흩어지고 싶었다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