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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26). 꽃며느리밥풀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26). 꽃며느리밥풀

자유인ebo 2006. 8. 7. 13:22
 

 

 

 

꽃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 충남 예산군 덕산면 사석리 야산에서 / 2006. 7. 29.

 

 

 

 

         야생화 / 강태민

 

     그대는 내게 불리지 않은 이름


     과거 속

     기억되지 않은 자연

     무수한 시간을 피워버린 이름 그대


     무상 무념

     귀 기울여 마침내

     억겁을 스친 소리

     그대 모양 담아 들리고


     꽃 피워

     자랑하지 않는 모습

     누구 알지 않을 들녘 깨끗이 아름다워


     사랑과 같은 형상으로

     사랑과 같은 향기 피워내는

     내게 아직 불리지 않은

     그대는 저절로 아름다운

     바람의 꽃  야·생·화

 

 

 

     야생화  
                윤 용 기


 

     몇 억년 숨가쁘게 이어 온 삶

     모진 세파 이겨내고

     이어 온 억겁의 세월


     찾지 않는 설움에도

     가만히 피었다 가만히 피었다

     솔솔 바람에 흩날려

     퍼지고 퍼져

     호올로 외로이 피어 있는

     야생화야


     밤이 오면 가슴 움츠리고

     아침이슬에 가슴을 열고

     눈물짓던 야생화야


     네 가슴이 나를 닮아

     하이얗게 되었네

 

 

 

 

     며느리밥풀꽃  


                                  이 향 지



      며느리밥풀꽃!

      이 작은 꽃을 보기 위해서도, 나는 앉는다.


      바삐 걷거나, 키대로 서서 보면 잘 안 보이는

      이 풀꽃들을 더듬어 가는 동안에도, 나는 몇 번인가 끼니를 맞고,밥상을 차리고,

      주걱을 든다.


      나는, 이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을 밥처럼 퍼담을 수가 없다.

      이 꽃들의 연약한 실 뿌리들은, 대대로 쌓여 결삭은 솔잎을 거름으로,

      질기게도 땅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갈맷빛 솔잎들이 걸러주는 반 그늘 속에서, 꽃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이

      꽃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을 낳는다. 보라.

      통설이 전설을 낳는다. 보라.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 같은 마디풀과의 꽃들이 낮은 땅에서 창궐하는 동안에도,

      며느리밥풀꽃들은 작은 군락을 이루어 산등성이를 기어오른다. 보라.


      이 긍지만 높은 작은 꽃의 밀실(蜜室)에 닿기 위하여, 벌은 제 무게로 허공을 파며,

      더 자주 날개를 움직여야 한다.


      보여도 보이지 않게, 스스로 크기와 색깔을 줄여온, 며느리밥풀꽃의 시간들이,

      내 이마에 스치운다.

      보라.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


 

 

 

 

-  사석리 야산에서 2006. 7. 29.  e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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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꽃 의 설화

 

 

어느 산골 마을에 젊은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두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을 했지만 가진 땅도 없고 재산도 없어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심한 흉년이 들어 세 식구의 끼니를 이어가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젊은 우리야 풀뿌리에 나무껍질이라도 견딜 수 있지만, 어머님께 어떻게 그리 해드릴 수 있겠소 아랫마을 최부자 집에서 젊고 힘센 머슴을 구한다고 하니 내가 가야겠소 "이렇게 해서 금슬좋은 두 내외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두막집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남편이 머슴살이로 가면서 최부자 집에서 미리 얻어온 곡식을 아껴 시어머니에게는 죽을 끓여드리고 자기는 부엌에 숨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삶아 끓여 먹어가며 끼니를 때웠습니다.

산속을 다니며 먹을 것이 될 만한 것들을 구해 나르고, 빨래며 집안청소, 텃밭을 일궈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정성을 다해 시어머니를 모셨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에게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구박을 일삼았습니다.

시어미한테 죽을 끓여주고 며느리 혼자 부엌에 숨어서 밥을 해먹는다느니, 산속에 가서 새서방을 만나고 다닌다느니, 시어머니의 구박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습니다.

시아버지의 제삿날이었습니다.

머슴살이 하는 남편은 주인이 보내주지 않아 집에 오지 못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단 둘이서 제사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배고프다고 재촉을 하는 시어머니에게 죽 한 그릇을 쑤어 상에 올려 바치고 며느리는 제사를 모시기 위해 꼭꼭 간직해두었던 쌀 한 줌으로 제삿밥을 짓다가 밥이 다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 알을 입에 넣었습니다.

자신에게 죽을 쑤어주고 부엌에서 며느리 혼자 밥을 해먹는다고 의심을 하던 시어머니는 솥뚜껑 여는 소리가 나자 문구멍을 뚫고 부엌을 훔쳐보다가 며느리가 밥알을 입에 넣는 것을 보자 쫓아 나왔습니다.

"너 이 년, 시어미한테 죽 쒀주고 혼자 숨어 밥해 쳐먹는 것도 모자라서 조상님께 바칠 젯밥에 먼저 입을 대?"시어머니는 부엌 바닥에 있던 부지깽이를 주워들고 며느리에게 모진 매질을 해댔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온갖 일에 지쳐 쇠약해져 있던 며느리는 매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며느리가 뜸이 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입에 넣었던 밥알 두 알이 입술에 묻어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묻힌 무덤에서 이듬해 며느리의 입술빛을 닮은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 꽃에는 흰 밥풀 두 알이 묻어 있었습니다.

며느리의 슬픈 이야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 꽃을 '며느리의 한이 서려 피어난 꽃'이라고 해서 며느리밥풀 꽃이라고 불렀습니다.

고부갈등이 사회갈등의 중요한 몫을 차지했던 시절의 정서를 바탕으로 생겨난 설화입니다."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