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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부채(홍릉, 2010.3.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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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부채(홍릉, 2010.3.6.)

자유인ebo 2010. 3. 9. 15:54

앉은부채(천남성과) 2010.3.6. 홍릉수목원

 

 

 

 

앉은 부채

                 김종제


곡괭이질 한 번도
결코 허락하지 않을
응달의 얼음땅을 뚫고
앉은 부채가 울컥 피었다
심장 같은 잎사귀가
동면에 든 벌판에게
사약 받아랏! 한다
양쪽 손 번갈아 부채 쥐면서
불 지피고 있는데
강철도 거부하는 동토를
꽃은 꿰뚫는다
그러므로 앉은 부채는
화염이다, 불꽃을 닮았다
노천에서 불타오르는 것은
꽃이다, 앉은 부채다
속에서부터 치밀고 올라오는
울화로 빙벽이 녹는다
씨가 열리고 알이 깨지고
불덩어리의 핵만 남아서
주검을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억겁을 가르고 솟아나는 것이다
한 생을 꽃 피우기 위해
한참 흔들어야 할 부채 같아서
팔이 다 아프다, 뜨겁다
얼어붙은 목숨을 녹이고
그 빈 틈으로
꽃 불끈 일으켜 세우려
앉아서 나를 흔들고 있다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