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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끼(강화도, 2009.11.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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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끼(강화도, 2009.11.12.)

자유인ebo 2009. 11. 17. 22:54

 

 

우산이끼(우산이끼과) 2009.11.12.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집 근처나 산지의 을달진 땅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전체적으로 잎처럼 넓은 엽상체와 헛뿌리로 이루어져 있다.

 

엽상체는 나비 7~20mm 정도이고 짙은 녹색이며 2장씩 갈라진다. 헛뿌리가 있으나 수분 흡수와는 관계가 없고 식물체를 땅에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며, 몸 전체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표면에 구멍은 기공구(氣孔口)이며 4개의 공변세포가 있다.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으며 암그루의 홀씨주머니에서 만들어진 홀씨가 땅에 떨어져 번식한다.

 

수중식물에서 육생실물로 진화되는 중간 단계의 식물이며, 그늘지고 수분이 많은 곳을 녹색의 땅으로 바꾸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며, '우산이끼'란 식물체가 우산같이 펼쳐지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 우산이끼 암그루

 

 

 

 

 

 

 

 

 

 

 

 

▼ 우산이끼 수그루

 

 

 

 

 

 

 ▲ 기공구(氣孔口)

 

 

 

 ▲ 우산이끼의 헛뿌리

 

 

 

우산이끼  
                     이 창 호


   둥근 달이 뜬 달동네 우리 집, 우리 어매 살아생전 둥근 궁댕이 같은 좁은 부엌, 졸졸졸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 가을하늘보다 더 파랗게, 이끼가 피어나 백촉 전등 불빛에 반짝입니다. 하수구 물 흐르는 곳에서 울 할매 밥짓다가 신기한 듯 영희랑 철희랑 불러 '드물게 이런 달동네 오두막집에서도 달 아닌 새생명 방문하듯 자라 순박한 이야기가 되다니' 하고, 우리들 그 서럽게 굳은 표정 속으로 오랜만에 웃음이 파랗게 돋았습니다.

   우리 집 아배 공사판 인부로 이끼보다 탁한 목숨, 여러 해 살더니 무너지는 골재에 머리 맞아 보상없는 식물 인간 되어 녹십자 병원 중환자실에 누웠습니다. 병원 찾던 우리 어매 단칸 방, 지옥살이 탈출하듯 무면허 화물 차에 먹힌 뒤로는 우리 고2 누나, 다니던 학교 그만두고 부산역 근처 양키시장 작은 오락실 동전 교환원으로 동전 몇 닢 같은 젖은 눈망울, 늦은 달 뜰 무렵에 무거운 어깨, 허리춤에는 시린 달빛 안고 돌아옵니다.

 

  하수구 같은 터전 위에도 맑은 이끼가 돋는데, -어른들은 그 이끼가 이런 구석에서는 드물게 피는 우산이끼라고 했다.- 동네 아줌마, 식은 밥이라도 몇 그릇 주고 가는 날이면, 드물게 우리 집안에서도 배 불러 보는 행복같은 것이라고도 있어서 '아 배불러' 파리처럼 방벽에 가서 기대어 누워서는 내 동생 영희, 바퀴벌레처럼 잠이 들었습니다. '불쌍한 것들' 저녘 늦게 들어온 우리 누나, 제대로 먹지 않아도, 배부른듯 그윽하게 굽어보는 눈빛에 반짝 슬픔이 돋아나고, 부엌에 나가 이끼 바라보며, 눈물 떨굽니다.

   우리 집 이끼는 할머니의 눈물, 누나의 눈물, 가끔은 내 눈물을 먹고 자랍니다. 수채구덩이 같은 우리 집에서 저리도 곱게 우산이끼 자라듯 우리 아버지 다시 돌아와 우산이끼처럼 다시 파랗게 움이 돋듯 기둥 세우고, 우리 눈물 먹고 하얀 꽃을 깨끗하게 피우듯, 웃음 머금고 우리도 이끼처럼 자랄 것을 바랍니다. 우리 억샌 할머니, 누나, 내 동생이 잠든 머리맡에 작은 두 손 꼭 쥐고, 내 입술에 파랗게 우산이끼 자라도록 오늘은 기도를 할래요.
'힘을 주세요. 엄마'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