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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쥐오줌풀 / 천마산 / 2007.5.9.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쥐오줌풀 / 천마산 / 2007.5.9.

자유인ebo 2007. 5. 10. 14:53

 

       쥐오줌풀(천마산, 2007.5.9.)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산의 풀밭이나 그늘진 곳에서 자라며, 땅속의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며 뿌리에서 강한 향가 나

고,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 나 40~80cm 높이로 곧게 서며, 줄기에 마주나는 잎은 깃꼴 겹잎으로,

작은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5~6월에 줄기 끝에서 갈라진 가지마다 연한 붉은색 꽃이 촘

촘히 모여핀다.

봄에 돋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통증을 진정시키는 진통제로 사용한다.

 

 

 

 어머니와 소와 아버지와 나

                                                        글  /   강  수 
 1.
 나는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
 어머니는 살진 암소

 

 2.
 암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아버지는 소값 흥정을 한다.

암소는 송아지를 바라보며 울고, 송아지는 암소를 바라보며 울고. 아버지는 소를 판 돈으로

암소 갈비를 뜯는다.

아버지는 암소가죽 점퍼를 입고 송아지가죽 구두를 신고 핏물이 살짝 배어나는

암소 갈비를 뜯는다.

송아지는 엉덩이에 난 뿔로 계속 아버지를 찔러 대고. 아버지들이 몰려와 엉덩이에 난

뿔을 잘라내고. 아버지들이 해머로 송아지 머리통을 갈기고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내고

생간을 기름장에 찍어먹으며 핏빛 미소를 흘린다.

 

 

 

3.
소울음소리 은은히 나팔소리처럼 울려퍼지는 들판. 암소가 누워있다.

몸이 하나씩 하나씩 분해되어 있다. 흘러내리는 핏물. 핏물이 들판 속으로 스며든다.

들판 한 귀퉁이 노란 솜털로 피어있는 개구리자리꽃. 그 뿌리가 피에 젖는다.

갑자기 개구리자리꽃이 들판을 뒤덮고. 들판이 노랗게 꿈틀거린다.

암소의 피가 들판을 키운다.

노루귀, 쥐오줌풀, 풍선란, 솜다리, 흰앵초, 오리난초……

그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암소의 피가 들판을 살린다.

암소의 몸 속에서 푸드득 새 한 마리가 솟구쳐 오른다.

들판 위 하늘 꼭대기에 까만 점으로 떠오른다.

소울음소리로 울며 들판을 떠메고 간다.

소울음소리 메아리로 울리고. 소울음소리. 소울음소리. 소울음소리가 들판을 가득 채우고,

아버지들의 귀를 가득 채우고. 아버지들의 발이 노랗게 들판에 달라붙는다.

발이 뿌리를 내린다.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 들판에 들어서는 상수리 나무들. 팔을 뻗어 그늘을 만든다.

그 아래 소들이 모여 산다.

모여서 풀을 뜯어먹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스며나오는 햇살. 눈부신 햇살.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도 아무렇지 않게

풀을 뜯어먹고 있다.

간혹 암소의 퉁퉁한 젖통을 빨기도 하면서. 


 

 

 

4.
 나는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
 아버지는 엉덩이에 뿔 난 황소
 나는, 결국 아버지

 

 

 < 「현대시학」(2000.1월호), “기획특집: 새해 2000년 이 시인들이 주목된다”에 수록>

 

 

 

                                          -  천마산에서... 2007.5.9. 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