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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저것 ☜□ /■ 꽃과 글

등칡

자유인ebo 2011. 7. 2. 19:32
 
 




      등칡

      김종제

       


       

      조선 어미의
      보드라운 살이라고
      한 시절은 칼에 찔리고
      대한 아비의
      질기디 질긴 마음이라고
      또 한 시절은 총에 맞아서
      눈물을 흘리고
      피를 쏟아냈을망정
      상처가 깊은 몸끼리 서로
      그렇게 지어미와 지아비가 되어서
      발칙한 꽃도 피워내고
      삭과도 맺게한 것이
      짙푸른 우리의 산하 아니던가
      휘돌아가는 우리의 강과 숲 아니던가
      한 때는 그렇게 등줄기가 휘어진
      한 때는 또 그렇게
      흙속에 목까지 파묻힌
      그날을 못잊겠다고
      뼛속까지 생생하게 새기며
      살아온 생 아닌가
      한 몸속에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불 같은 것도
      단박에 식어버리는 물 같은 것도 
      다 같이 지니고 있어서
      휘어감으며 뻗어가는 것 아닌가
      참으로 할 말이 많은
      민족 같은 것이 등칡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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