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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의 쉼터

헐떡이풀(울릉도, 2009.5.13.) 본문

[♡ 나의 발자취 ♡]/▶풀꽃 나무꽃

헐떡이풀(울릉도, 2009.5.13.)

자유인ebo 2009. 6. 5. 21:07

헐떡이풀(범의귀과) 2009.5.13. [헐떡이약풀] [산바위귀] [천식약풀]

 

산골짜기의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생풀인데, 울릉도 성인봉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벋으며 잎이 무더기로 나오고, 잎자루가 길며 심장상 원형으로 가장자리가 3~5개로 갈라지고, 높이 15~30cm 정도 자라며 줄기에 2~4개의 잎이 달리는데 선모가 있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꽃받침은 종처럼 생겼고 끝이 5개로 갈라지며, 암술은 1개 수술은 10개 이고 꽃잎은 선형이다. 한방에서 이 풀을 약용으로 천식에 사용하였다 하여 헐떡이풀이라 부른다고 한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글  :  임두고


푸르름이 그득한 계절일수록 살아있음이 절실해지고
살아있음이 절실해질수록 당신이 그립습니다.

 

뒤늦게 날 낳으셨듯이
뒤늦게 농사일을 시작하셨다던 당신
농사일에 늘 어둔하고 힘들어하시는 당신에게
어머님은 차라리 혼자 일하는게 나으시겠다며
당신에게 불평을 털어 놓으시곤 했지만
내게 있어서 당신은
한번도 농사철을 놓치지 않는 어김없는 농군이셨습니다.

 

 

내 나이 열다섯인가 열여섯이던가
어쩌다 당신과 나란히 풀짐을 지고 산을 내려 올 때에
자식 풀짐이 더 크다며
동네 어른들이 당신의 서투름을 비웃어도
소리없이 웃으시기만 하던 당신의
그 넉넉한 미소가
오늘은 마을 앞 개울물처럼 투명하게 내 가슴을 적셔옵니다.

 

 

더러는 티눈 박힌 손으로 창호지에다 붓글씨를 쓰시다가
내가 원하는 새도 그려주시고
칼도 그려주시던 당신
한밤중에도 컴컴한 방안에 빨간 담뱃불로 깨어 있으시거나
쿨룩거리는 기침소리로 깨어 있으시던 당신.

 

 

천식으로 시달리시면도
평생을 베고 주무시던 목침만큼이나
끝내 버릴 수 없으셨던 담배
오일장이나 이웃마을에 갔다오시는 날이면
으레 건네주시던 과자봉지엔
늘 담배 냄새가 묻어나곤 했지요
그땐 그 냄새의 의미를 몰랐지만
지금은 한밤중에 담배를 피우는 내게서
문득문득 당신의 가슴을 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는 어김없는 당신의 분신임을 확인합니다.

 

 

칼국수를 유난히 좋아하시던 당신
한여름 밤 별빛이 푸짐한 마당가 멍석 위에서
당신과 함께 먹던 칼국수 맛은
이젠 어디서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당신이 떠나신 후
칠순의 나이가 되시도록
한 해 농사만 더,한 해 농사만 더 하시던 어머님이
힘에 겨워 농사를 그만두신 지도 오래
생전에 당신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시던 논밭들이었건만
이젠 가꿀 사람이 없어 잡초가 무성합니다

 

  

이제 가족중 고향에 남은 사람은 이승에 없는 당신뿐이니
당신 곁에서 당신의 땅을 지키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떠도는 당신의 아들은
꼭 당신을 닮은 아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당신처럼 자식에게 물려줄 넉넉한 가슴이 없습니다
참으로 못난 자식에다
참으로 못난 아비까지 되고 만 지금에사
겨우 당신의 한 평생을 생생히 봅니다.

세상에
살아있음보다 더 절실한 것이 그리움임을
오늘은 당신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당신이 그립습니다. 

 

 

- 자유인e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