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제
조선 어미의 보드라운 살이라고 한 시절은 칼에 찔리고 대한 아비의 질기디 질긴 마음이라고 또 한 시절은 총에 맞아서 눈물을 흘리고 피를 쏟아냈을망정 상처가 깊은 몸끼리 서로 그렇게 지어미와 지아비가 되어서 발칙한 꽃도 피워내고 삭과도 맺게한 것이 짙푸른 우리의 산하 아니던가 휘돌아가는 우리의 강과 숲 아니던가 한 때는 그렇게 등줄기가 휘어진 한 때는 또 그렇게 흙속에 목까지 파묻힌 그날을 못잊겠다고 뼛속까지 생생하게 새기며 살아온 생 아닌가 한 몸속에 활활 타오르게 만드는 불 같은 것도 단박에 식어버리는 물 같은 것도 다 같이 지니고 있어서 휘어감으며 뻗어가는 것 아닌가 참으로 할 말이 많은 민족 같은 것이 등칡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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